22.3월19일-4월1일 기수정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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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브갤러리 3월전시
작가노트
십여 년 전 어느 날 자원봉사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필리핀 민도로의 원주민 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은 관광지인 시내에서 2~3시간 이상 산을 더 올라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원주민들은 여느 필리핀 사람들과 생김새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달랐다. 그들은 수공업으로 바구니 등을 만들어 시내로 내려와 물물교환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것도 언어가 통하는 대표 한두 명이 대신하는 정도이다.
그렇게 처음 이곳의 아이들과 만났다. 아이들의 미소는 언제나 진리이다. 이 아이들도 그랬다. 어색해서 선뜻 다가오지 못하지만 금방 어설픈 미소를 날려주었다. 관광지의 아이들과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이었다. 처음 만난 외지인을 신기하게만 바라보던 아이들은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관찰한다.
나는 그런 아이들과 아이 가족들의 모습을 살짝살짝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듬해에 다시 방문했을 때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전달해 주었다. 처음 가족사진이 생겼다고 좋아하던 17살 애기엄마의 환한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나는 이때부터 아이들을 제대로 담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환경이 좋지 않아도 차림새가 어색해도 사진 한 장에 같이 울고 웃었다. 한 장의 사진을 비닐에 넣어 벽에 붙여 놓고 내가 다시 오기를 기다렸다는 한 할머니는 죽기 전에 다시 와 줘서 고맙다고 했다. 스치듯이 지나가 버리는 사진 한 장의 의미를 누구보다 귀하게 간직해주는 사람들을 만난 건 오히려 내게 정말 큰 행운이다.
여기에 전시된 사진들은 그렇게 몇 년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찍은 사진들이다. 필리핀 현지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외지의 한마을에 살고 있는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모았다. 어색한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던 아이들, 아직은 낯선 것들에 두려워 우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 아이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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